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글 남기기

애리조나 프로젝트

상상 | 2007. 8. 30. 22:57 | sweetw

가장 법치국가로 성공한 나라라고 생각했던 미국에도 한국의 독재정치 시절같은 암울한 때가 있었다.

1976년 미국 애리조나의 한 탐사보도기자가 자동차 폭발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는 애리조나 리퍼블릭에서 일하던 돈 볼스, 한 제보자를 만나러 갔다가  취소되어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가 미리 설치 되어 있던 폭발물의 폭발에 의해 차에서 튕겨져 나가 팔 하나와 두 다리를 절단하는 대수술을 받았지만 사투를 벌이던 11일 만에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사투를 벌이는 동안에도 그 제보자의 인상착의를 기억해 경찰의 수사에 도움이 되었고 거짓 제보자와 그를 죽인 사람에 대해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뉴스데이의 기자 밥 그린의 지휘로 모인 기자들이 6개월간 자비를 들여 돈 볼스의 사고와 부유층과 고위층의 비리, 마피아와 같은 거대 범죄 조직, 잘못된 법에 대한 고발 등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진 23개의 기사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 중에는 돈 볼스가 다니던 애리조나 리퍼블릭에 대한 기사도 있었지만, 진실을 알고자 하는 여론의 힘에 의해 진실을 밝히는 일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이로서 '애리조나 프로젝트'는 어찌보면 힘없는 개인에 불과한 한 기자를 죽이더라도, 그 자리에 다시 그를 대신한 40명의 기자가 채워진다는 정의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생명을 담보로 일해오던 탐사기자들의 보험이자, 자랑스런 역사가 되었다.

KBS 의 미디어포커스에서는 이러한 이야기가 우리나라의 기자들에게도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끝마쳤다.


 사회인이 되면서 사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아는건 아직 별로 없는 나이지만, 앞으로 먹고 살 일을 걱정하게 되면서부터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걱정없이 열심히 일해서 행복하게 살기란 무척 힘이 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가 사는 이 곳은 서울 안에 아파트 한 채가 7억정도라니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서 집 한채 얻으려면 평생을 노력해도 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아이는 낳기만 하면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니 가족이나 제대로 만들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개인적이자 사회적인 문제를 제외하고라도 이런 문제를 누가 제대로 신경 쓰고 고치고 있는지, 그럴 가능성은 있는지 그것에 대한 믿음도 희박한 상태다. 사회 돌아가는 걸 보면 종신형 받을 만한 재벌이 당당하게 사회공헌의 감안으로 벌을 삭감받으며  집행유예가 판을 치고 돈 없고 힘없는 서민 범죄자만 바글바글한 감옥.. 누구도 대한민국은 만인이 법앞에 평등한 나라라고 섣불리 말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나라였다.


그래서 그동안 미국의 많은 점을 부러워했던 나였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기에, 미국의 좋은 점이 더 부러웠다. 물론 무기를 팔아먹고 사는 나라, 전쟁으로 먹고 사는 나라라는 부정적인 생각도 갖고 있었지만,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 봤을때 법이 잘 되어 있고, 국민 의식도 깨어있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것을 보여주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라는 것이 부러웠다. - 미국 엔론사의 CEO는 19개의 죄목으로 292개월 징역에 처해졌고, 얼마전 패리스 힐튼같은 재벌집 딸도 예외없이 수감생활을 했다. (얼마전 PD수첩에서는 이와 비교되는 우리나라 *대우사태를 보도한 바 있다.) 규율이 잘 지켜지는 사회에서는 진실이 연약한 위치에 있더라도 보호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바른 사회가 될 수 있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애리조나 프로젝트 사건을 보고, 미국도 결국은 많은 희생과 노력을 거쳐 완성된 법치국가라는 것을 알게 되고 새로운 시각으로 미국을, 그리고 그에 비교되는 한국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이라고 원래부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은 아니었다. 최고 수준의 법치국가라는 이미지는 그들 나름의 진통을 겪으면서도,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 정의가 승리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힘이 모여 이뤄낸 결과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를 통해, 우리나라도 그와 같이 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옅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진실을 알기 위해, 정의롭고 정당한 사회를 위해 우리나라도 독재정치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민주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우리는 이미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훌륭한 국민이다. 하려고 한다면 좀 더 살만하고 좀 더 정의롭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우리다.


문제는 관심이다. 사회 부조리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애리조나 프로젝트라는 미국의 사례를 통해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생각을 가지는 이가 점점 많아진다면 우리도 충분히 행복지수 높은 대한민국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