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글 남기기

'릴레이 세미나'에 해당되는 글 2

  1. 2008.04.01 IT 여성으로 살아가기 4
  2. 2008.02.03 여자개발자모임 제1회 릴레이 세미나 7
3월 28일 저녁 포스코센터에서 한국MS에서 일하시는 여성 부장님 세 분을 모시고
릴레이 세미나 2번째 시간을 가졌습니다.

'IT 여성으로서의 커리 관리와 리더십 함양에 대한 간담회' 라는 다소 거창해 보이는 주제로
김문정 부장님, 조인순 부장님, 김지영 수석연구원님이 참여해 주셨고,
IT 인으로서, 특별히 '여성' 이라는 주제가 가미된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정말로 간담회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질문과 답변식으로 이루어 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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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쬐그맣게 나왔어요


세 분의 공통점은 정말 열심히 일해 왔다는 점입니다.

김지영 수석연구원님은 '여자니까' 라는 생각보다 '여자라서 더 괜찮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임신중인데도 한달에 4번 집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고 하시는데..
'다행이 힘든 기억은 없다'고 하셨습니다..ㅡㅜ;

김문정 부장님은 비전공자라 더 힘들었지만
술자리, 담배자리 모두 쫓아다니며
'나도 니네랑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셨다고 하셨지요.

저도 처음에 회사에서 그런걸 느꼈습니다.
여태 술, 담배 안하면서 사는데 별 지장이 없었는데,
회사생활에 있어서는 중요한 얘기들이 그런 자리에서 많이 왔다갔다 하기도 하니
그런 자리에 있지 않으면 왠지 소외되고 뭔가 놓치는게 있을거란 생각,
별거 아니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여자개발자들은 많이 합니다.

특히 술이 안들어가면 제대로 자기 마음을 털어 놓을 수가 없는 분위기가 언제까지 계속 될런지..
아마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기도 하고,
일하느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눌 여유가 없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의사소통도 더 어려워지고, 마음에 쌓이는 것도 많아지고..
그래서 술마시고 한방에 털어놓고.. 그런 악순환이 계속 되는 듯 해요.
사내 인간 관계 퇴사의 이유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분위기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MS에선 one on one 시스템이라고,
팀원과 매니저가 만날 자리가 마련되어 반드시 지키게끔 되어 있다고 하네요.
매니저가 해줬으면 하는 사항, 하지말았으면 하는 사항을 적어오게 해서 한시간 정도 검토해보고
그에 대해 1대 1로 대화하는 방식이라고 하는데..
이게 강제적이어야 한다는 현실이 좀 안타깝긴 하지만, 부러운 점이네요.

사내 적대관계에 대해서는.. 둘이 부딪혀 해결하거나, 둘 중 하나가 나가거나 하게 된다고,
먼저 다가가고, 신뢰를 쌓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 쪽에서 경쟁 의식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 개의치 말고 자기 일만 잘하면 된다고요.
맞는 말씀인데, 사실 그리 마음 먹기가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걸 요즘 느끼고 있지요..^^
제발 잘하고 싶습니다! =_=

바쁜 와중에 자기개발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개발자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데, 집안일, 남편, 아이 챙기면 밤 11시 라는 힘든 현실이 있지만...
공부를 안하면 도태되고 말기 때문에 꼭 해야만 한다, 트랜드에 떨어지면 절대 살아 남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혼자하는 것은 포기하기 쉽기 때문에 타의에 의해서라도 할 수 있도록 그룹스터디를 하거나, 시험을 목표로 공부해보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바쁘다고 결혼을 하지말고 아이를 낳지 않아야 하느냐?
직장 여성으로서 가장 고민되는 문제인데요,
가정을 꾸리는데 성공하지 못하고, 일에서만 성공하는 것은 반쪽짜리 성공이라며
아이가 나를 성숙하게 하고, 부하직원을 생각하는 폭이 더 넓어진다고
특히 아이들은 참 사랑스러우므로 꼭 낳아 키우는게 좋겠다고 하셨지요.
단, '키워줄 사람'만 있으면 당장 낳으라고 ^^..

참 이건 회사나 정부에서 지원해주지 않는 이상 풀리지 않을 숙제인 것 같습니다.
임신 기간동안 일하는 것도 힘이 들텐데 막상 또 낳으면 하루 종일 먹고 싸고 울고 할 아가를 당장 어떻게 책임지죠? 그렇다고 경제적인 면이나 여성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일을 포기하기도 싫겠고요. 시부모님,부모님 모두 직업이 있어 바쁘다면? =_ = 그렇다고 고령임신은 위험하고.
하고 싶은걸 다 하면서 무한루프를 빠져 나오는 방법은
유모를 고용하거나, 어느 정도 자란 아이를 입양하는 수밖에 없는 듯 하네요..

정리한 내용은 이정도였고, 더 자세한 내용은 기사내용을 참고하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역시 직장을 다니는 여성은 '더 많이'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사 댓글 보니 '독하다'고 써있더군요. ㅡ.ㅡ; 글쎄요.. 다른 직업군의 여성분들은 어떻게 지내시는지도 궁금해지네요.
누구나 아는 얘기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실제 경험담같은 것을 꼭 찝어 말씀해 주신게 도움이 되고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여자개발자모임 제1회 릴레이 세미나가
2월 2일 토요일 5시부터 9시까지 포스코 건물에서 열렸습니다.

첫 세미나 발표 주인공은 IT계의 스타 김창준님이셨습니다.
주제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 이었습니다. '영어잘하는 방법'이라는 주제와 다수결에서 박빙을 이루었는데, 결국 이것이 채택되었네요.
저는 이번 세미나를 듣고..
그 분을 'IT계의 무릎팍도사'라 생각하게 되었지요.
세미나 내용을 간략히 마인드맵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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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다 보니 컴퓨터쪽으로 왔는데, 열정이 없다. 이래도 계속 이 길을 가야할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런데 보통 전력투구를 안해보고 이길이 아닌갑다, 하는 사람이 많다. 일단을 열심히 해보고, 그래도 아니라 생각되면 빨리 돌아서라.
전력투구를 할 때는 시키는 일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내 상사의 책임, 내 상사의 상사의 책임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그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해보라.

2. 이직을 위한 회사에서의 경력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는 개인의 경력을 책임지지 않는다. 필요한 것만 가르쳐줄 뿐이다. 개인으로서 언제 회사가 망해도 누군가가 love call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라. 실력을 닦는 것은 물론이고 자비를 들여서 투자하라.

3. 회사에서 어떻게 눈치 안보고 자기개발을 할까?
'위기지학'을 생각하고 작은 실험들을 하라.
일을 수련화하라. 자기 자신의 일을 편하게 해주는 일을 하라. 업무에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4. free agent로 성공하려면?
개인브랜드가 있는가? '야, 그거참 ㅇㅇ(내이름)스럽다' 라는 말을 주변에서 한다면 개인 브랜드가 있는 것이고, 그것으로 성공할 수 있다.

5. SI개발자는 현실적 한계가 많다. 한계를 벗어나려면?
한때 '정' 이었을때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갑을 찾아가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갑은 나를 신뢰하게 되었다. 상사의 책임, 상사의 상사의 책임, 회사에 이로운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서비스 받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일을 해보라.
SI업체에서 갑을병정의 현실을 깨기는 힘들다. 경험담으로 좋은 고객인데 돈이 짜고, 나쁜 고객인데 돈은 많이주는 두 경우가 있을때 좋은 고객을 선택했다. 나쁜 고객의 일을 해주면 계속 질 나쁜 회사들이 물고 따라 들어와 일을 맡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연대를 활용하라. 연대를 찾아보면 SI라도 좋은 회사를 많이 알고 있다.
회사를 관두는 것에 대해 두려워 하지 말라. 후배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네가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해도, 끝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독신인 경우 몇개월 살수 있는 여비만 있으면 얼마든지 자기 길을 갈 수 있다. 내 돈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기준을 지키는 것이다.

6. 경쟁사와의 경쟁에 대한 압박, 어떻게 이겨내나?
내 삶의 미분값(기울기)만 읽어라. 자기가 이전보다 개선되고 있는가를 질문하라.
내가 왜 이일을 해야하나? 뭐가 필요한가? 라는 근본적이고 중요한 질문을 하고, 스스로 해답을 구하면 경쟁할 필요가 없다.

7. 배운 것을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어떻게 할까?
stand up meeting을 배웠을 때, 당장 실행해 보고 싶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따라준 것은 아니다. 팀에서 좋아할만한(같이 하면 성공적 결과가 나올만한) 사람을 찾아 둘이서라도 해본다. 사소하지만 작은 성공을 통해서 마음을 단련해야 한다. 사람에는 세 부류가 있기 마련인데 열성자/방관자/적대자가 그것이다. 열성자부터 우선 같이 해보고 성공해보라. 그러면 적대자를 방관자로, 방관자를 열성자로 만들 수 있다 사람에 대해서도, 코드에 대해서도 쉬운 것부터 이루어 보라.

8.사람들과의 충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없다. '비폭력 대화'를 이용해 더 즐겁고 더 인간적인 작업환경을 만들 수 있다. 비폭력 대화란 폭력적 상황에서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좋다. '너 싫어' '나 지금 화가나' 등.. 그걸 모른척하면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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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9. 감정을 표출하면 내 약점을 잡히는 것 같은데?
정직하고 솔직한 것이 자기 자신을 속이지도 않고 괴롭지도 않다. 좋아하는 것을 노출하는 것이 세상을 더 행복하게 한다.

10. 10등이었는데 겨우 노력해서 2등을 해봤다. 다시 10등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상사가 2등을 요구한다.
장기적인 노력을 보여준다. 혹은 사실대로 얘기한다. 그래도 굳이 2등을 무리하게 요구하면 회사를 옮기면 된다. 먹고 살길은 언제나 열린다.

11. 지방에 있어서 기회가 적은 것 같다. 그래도 개인 브랜드를 높일 수 있을까?
블로그에 글쓰는 훈련을 해보라. 남들보다 내가 쓰면 잘 쓸것 같다는 것을 주제로 잘하는 것, 좋아하는것(개발에 관련된것이면 더 좋고)을 잘은 못쓰더라도, 일주일에 1번씩이라도 써보라.
그리고 소수더라도 남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것을 써보라. 3단락이상 긴 글을 쓰는 연습을 해보라. 점점 내 글과 생각이 쌓여가고, 나만의 브랜드를 찾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모임에 자주 참여해서 끈을 만들어라.

12. 내가 무림고수가 되어서 더이상 도반(함께 도를 닦는사람)을 구할 수 없을때는?
꼭 컴퓨터 분야가 아닌 쪽에도 나아게 자극을 줄 수 잇는 도반은 많다. 존경할만한 후배도 많다.
없으면 가상의 도반을 만들어라. 그리고 그 도반이라면 이런때 어떻게 했을까? 를 질문해 보고 답변을 얻으라.

여자개발자 모임에 남자도 참석한 세미나는 이번이 처음이었네요. 뒷풀이에서 늘 개발자 모임에 가면 남자가 대다수고 여자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 모임은 여자가 더 많아 낯설고 묘하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럴만도 하네요^^

후기를 적어보자면.. 쉴새 없는 질문에도 예를 들어가며 하나하나 답변해 주시는 김창준님이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공부하고,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평소에 많은 많은 생각을 해보고 의문을 가져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똑같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도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김창준님은 천재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초등학생때 이미 C프로그래밍을 했다니요. 대학교와서 C프로그래밍 해본 저로서는 세미나 내내 '회사 맘에 안들면 나가면 그만이다', '을이지만 갑처럼 행동할 수 있다' 등등의 긍정적 내용에 괴리감이 생기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 말씀도 해주시더군요. '우리는 보통 자기 자신을 과소평과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진영도 그랬지요, 겸손은 이미 거성이 되었을때 하는 것이지 막 크고 있는 사람에겐 필요없다고.. (뭐, 똑같은 건 아니고 이 비슷한 말을 했어요)

인간관계 개선문제에 관해서는 약간 서양인의 생각 구조를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침마당에 나온 의사가 그러더군요. 한국 사람은 참고 참는 바람에 속병에 탈나서 죽고, 서양인은 감정표출을 심하게 하다 혈압이 와서 죽는다고요. 그래도 전 속병나서 죽고 싶지는 않아요. 세미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메시지가 '정직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었거든요. (그동안 정직하지 못해 굶주렸는지도)  정직하게 산다는 말은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일도 없는데 주변 눈치때문에 퇴근 못하고 앉아 있기, 쌩떼부리는 갑 일 하기 싫지만 다해주기 등등 우리는 너무 많이 숨기고 살았던게 아닐까요? 물론 그렇게 살기 위해 맡은 책임을 다 해야겠지요.

좋은 분 만나 좋은 말씀 듣게 되어서 참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회비를 모아 세미나 해주신 김창준님께 소정의 선물도 전달했지요.
이렇게 발전적인 모임을 하는데, 여자개발자 모임도 이제 서포터가 생겼으면 좋겠어요.ㅎㅎ